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Philharmonia Orchestra
2O18. 1O. 2O. 5PM. Daegu Concert House
3일간의 필하모니아 연주에 동행하며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3일 연속 연주에 쉬지 못하고 아침 일찍 대구까지 이동하느라 단원들 얼굴 전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피아노가 들어서는데 위치가 평소 레슨받는 그 위치였다.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피아노에 앉는데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눈에 생기가 돌았고, loose했던 무대의 대기는 180도 뒤집혔다. 그들에게도 짐머만은 왠만한 존재감이 아니였나봉가. 그렇게 오늘은 짐머만 대 @hobinsong1 의 맨투맨 레슨이었다고 한다.
클라리넷의 첫 선율은 기도문을 낭독하듯 경건했다. 다시보는 짐머만의 뒷모습도. 어제보다 더 가까이에서 마주한 짐머만의 호흡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노래하려 기를 쓰는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그의 허밍이 애처롭기까지했다. A음 종지를 시작으로 프레이즈가 마치는 종지마다 하나같이 영롱하고 찬란했다. 어지간히 집중해도 피아노 협주에서 하모닉스를 듣기란 흔치 않은데 들어버렸다. 사실은 짐머만이 들려준 것이다. 더불어 대구콘서트하우스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
페달을 밟는 모습만 봐도 그 디테일이 경의롭다. 한 대의 스타인웨이에서 짐머만은 100가지 이상의 총천연색을 뽑아냈다. 음표마다 음색에 변화를 주는 건 짐머만이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의 scale을 들을 때면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무서웠고,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하프 줄을 뜯는 것 같았고, 음표가 살아움직였다.
Bb B의 주제선율이 서서히 나오고 짐머만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동시에 뚜껑을 치며 groove를 타는 여유에 당장 올라가서 앨범 자킷의 선글라스를 씌워주고 싶었다. 짐머만을 시작으로 싱코페이션이 난무한 재즈리듬 진행을 살로넨과 수십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합을 맞추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악장, Double Bass, 첼리스타 등 수석들의 솔로는 화룡점정을 이뤘다. 끝없이 휘몰아 치는 고음부에서 손가락으로 쓸고 내려오는 선율은 작곡한 번스타인도 대단하지만 의심의 여지없이 한음씩 정확하게 살려내는 짐머만은 더 대단하다. C Major의 소박하며 단순한 선율진행은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짐머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결혼도 하고, 환갑을 넘긴 나이이지만 여전히 낭만을 가지고 사는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의 표본이지않을까.
짐머만이 끓어올린 텐션을 살로넨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받아 교향곡의 클라이막스를 터뜨린다. Brass는 멀리서 들어도 그 음량이 엄청났다. 이렇게 큰 소리로 들어도 쉬폰케잌과 같은 부드러움이 동시에 존재하기가 자연스러운 일이었던가. 짐머만도 마지막 Db 화성의 타건을 기다리며 클라이막스를 마음껏 만끽한다. 짐머만의 마지막 타건을 반동으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남아있는 힘까지 끌어모아 기염을 토했고, 그 화려했던 아시아 투어의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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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ystian Zimerman, piano
Esa-Pekka Salonen, conductor
Philharmonia Orchestra,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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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stein, Symphony No.2 ‘The Age of Anx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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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philharmonia_orchestra
@fullerbass
(c) @hobinsong1
기록ㅣ에사페카 살로넨,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그리고 크리스티안 짐머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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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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